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충돌하기 직전 4분간 어쩌면 사고 원인 파악에 결정적일 수 있는 블랙박스 기록은 애당초 기록조차 되지 않은 걸로 조사됐습니다.
항공 전문가들조차 이런 경우는 전대미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관제 기록이나 여객기 잔해 등 간접적인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이 어려워졌습니다.
류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83년 9월, 미국 앵커리지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군에 의해 격추됐습니다.
당시 소련은 비행기가 고의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는데 블랙박스 기록을 뒤져본 결과는 이와 달랐습니다.
조사를 맡았던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소련영공에 진입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조종사 실수와 항법 장비 오작동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음성기록장치, CVR과 비행기록장치, FDR을 일컫는 이른바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 기체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런데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충돌 직전 4분의 블랙박스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CVR과 FDR은 각각 양쪽 날개엔진에서 전원을 공급받는데 문제가 생기며 엔진이 꺼졌고 두 장치에도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사고 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규명도 관제 기록과 사고 영상, 여객기 잔해 등 간접적인 증거들에 의존해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길 / 한국항공대 항공안전연구원 교수 :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자료는 없는 상태가 되고, 만약에 다른 데이터들을 이용하거나 참고로 한다라면 그것은 간접적인 증거밖에는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박스 기록이 있었던 항공 사고도 원인 규명에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렸는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은 이보다 더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SBS Biz 류정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