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불임명이 위헌이라고 제기된 헌법소원 심리와 관련해 의견서 제출기한을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심리를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조속히 결론을 내려는 의도에서다. 헌재가 한 총리와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불임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최 대행은 국회 선출 절차를 완료했으나 임명되지 않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이 경우 헌재는 재판관 9인 체제가 완성된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헌재는 지난해 12월31일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 위헌 확인’ 헌법소원에서 피청구인 측인 한 총리와 최 권한대행에 각각 30일 이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통지했다. 이 사건은 헌법학자이기도 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12월28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의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재판이다.
헌재는 지난 2일 의견서 제출기한 변경 통지문을 두 사람에게 다시 보냈다. 당초 30일이었던 의견서 제출기한을 7일로 당겨 지난 9일까지 답변서 및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밝힌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심리를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입장문 제출 기한을 앞당긴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 헌법소원은 기본적으로 서면심리이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입장 없이도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 피청구인의 의견서 자체가 형식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권한대행들이 임명을 안 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말은 권한대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임명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문제”라며 “법리적 판단이라 서면 심사가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이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몫 재판관 3명이 퇴임한 이래 3명이 결원인 상태였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가 되면서 권한대행을 맡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의 임명을 끝내 거부해 탄핵소추됐다. 한 총리에 이어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3명 후보자 중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했다.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했다.
만약 헌재가 이 헌법소원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결정 등을 위헌으로 판단하면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서 헌재가 9인 체제가 될 수 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헌재가 적극적으로 결정 주문에 재판관 추가 임명을 요구하는 확인적 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9인 완전체가 되면, 4월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할 때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7인의 재판관이 심판을 이어갈 수 있다.
그간 헌재는 재판관들을 빠르게 충원해달라고 수차례 촉구했다. 천재현 공보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1명의 공석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한 심리를 위해 헌재의 조속한 완성을 바란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