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오프닝: 이광빈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을 추진했다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사회적 공론화 없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결국 교육부 장관 낙마로 이어졌고, 사실상 학제 개편 정책도 폐기 수순입니다.
박지운 기자입니다.
[거센 반발 부른 '만 5세 입학'…교육부 장관 결국 낙마 / 박지운 기자]
학제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교육계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만보 후퇴 교육 현장 책임져라! 책임져라!"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현실 육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직업을 가진 워킹맘들은 '초등학교 돌봄공백' 걱정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양신영/학부모>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순간들이 정말 급격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만 1년을 더 앞질러서 다가온다고 생각하니까…"
아이들이 정부의 실험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최현주/학부모> "주변에 지인분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봤고. 앞으로도 정부나 교육부가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또 어떤 졸속 정책을 내놓을지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태어난 2019년생 아이들이 대상이 되면서, 부모들의 반감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가 가장 컸다고 지적합니다.
<권정윤/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장>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급조돼서 나온 듯한 느낌을 줬다."
교육부가 뒤늦게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이어졌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 장관(지난 9일)> "저는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으나 많이 부족했습니다."
<박지운 기자> "이처럼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공론화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가장 크게 지적했습니다. '과정'에서의 문제가 불거지며, 학제개편을 추진하려던 교육부의 취지도 퇴색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입학연령 하향을 비롯한 학제개편안의 취지와 효과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해, 출발선상에서의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영유아 공교육 확대라는 총체적인 틀 안에서 '입학연령 하향'이라는 사안에 접근했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홍후조/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매우 종합적으로 다각도로 접근하는 종합대책 중에 하나여야 되는데…교육과정을 조정해줄 일이지 아예 취학 연령을 낮추는 일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급진적이고 좋지 않은 일이다."
장관의 전격 사퇴로 이어진 학제개편 논란.
'비전문가 교육수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교육부 신뢰에도 큰 타격이 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이광빈 기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학제 개편은 이번 정권에서 처음 등장한 정책은 아닙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번번이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이뤄진 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컸는데요.
다만 제도 자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수강 기자입니다.
[역대 정권서 '추진 실패' 되풀이…종지부 찍을까 / 김수강 기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내리자는 제안의 첫 등장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만 5세에게도 취학을 '허용'하는 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의무'는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정책화엔 실패한 셈입니다.
이후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고, 3월 학기제를 9월 학기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여론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연구진 또한 학제 개편과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제도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문제 대책의 일환으로 입학 연령을 당기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조기 취학을 통해 양육 부담을 줄이고 사회진출 시기도 당기겠다는 취지였지만 역시 좌초됐습니다.
예산 문제도 작용했습니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이던 육아정책연구소는 만 5세가 초등학교에 편입될 경우 학급 증설비와 추가 인건비, 방과후 돌봄비 등 30조원 안팎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온 정책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전면에 등장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날선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 "저는 오늘 만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영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한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
결국 윤석열 정부도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하고 소통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저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요. 5세 입학을 할 경우에 돌봄 문제 해소, 교육 환경과 시설의 개선 또 교육과정 또 교원 수급 문제까지 철저하게 연구하고 준비한 후에 다시 거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금 아이들의 지능 그리고 여러가지 성장 내용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 등을 생각하면 취학연령을 낮춰서 해결하는 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교육당국의 마스터플랜이 있는지, 교사 수급은 어떻게 하겠단건지…"
다음달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에선 대국민 설문조사와 여론 수렴 등 충분한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반복된 '실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김수강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학제 개편' 문제. 돌봄, 부모의 노동 문제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는데요. 교육 문제가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2019년 10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교육정책의 주요 기조 중 하나인 '고교 평준화'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뜩이나 불안하던 강남 집값이 뛰어올랐습니다. 목동과 중계동 등 학원이 발달한 다른 지역들의 집값도 들썩였습니다.
강북에 살면서 자녀를 인근의 자사고, 특목고에 보내려는 사람들이 강남 8학군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학원이 많은,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 2015∼2017년만 해도 강남·서초구의 초등·중학생 순유입은 감소추세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20년까지 계속 증가했습니다. 같은 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 비율을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정시는 강남권 학생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전형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온 사실입니다.
그해 말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자 정부는 12월 16일 다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학제개편 문제가 정국을 휘감아 돌았는데요. 이처럼 교육은 민감한 영역입니다. 부동산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줍니다. 노동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독일의 교육 시스템을 보면 이런 점이 뚜렷이 보이는데요.
독일은 김나지움이라는 인문계 중·고등학교 과정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5명 중 1명도 김나지움에 진학하기 어려운데요. 대학 진학을 위한 중등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학은 대부분 무상교육입니다. 일부 명문대학들이 있긴 하지만, 대학이 서열화됐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김나지움이 아닌 다른 중.고등학교에서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런 제도였다면 김나지움 입학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할텐데요. 독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술만 있어도 중산층 생활을 해나가는 데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장이 없더라도, 노동에 대한 대가를 상당히 받습니다. 공부엔 재능이 없어 보이는 자녀를 억지로 사교육을 시켜 대학에 보내야 할 이유가 적은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도, 독일 대도시엔 서울의 강남 같이 상대적인 부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값이 강남과 비강남 간의 격차 정도로 벌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도시의 각 지역에는 김나지움이 퍼져 있습니다. 공교육 중심이다 보니 사교육 시장도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학원가를 쫓아, 좋은 학군을 쫓아 맹모삼천지교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풍경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학제개편 문제. 이 제도 자체를 떠나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를 고민해볼 계기가 되고 있는데요. 학제개편 자체에 대한 대안 찾기 작업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통합, 유보통합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지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죠.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보니 30년 넘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새롬 기자입니다.
[영유아 교육격차 해소 대안은?…"유보 통합 필요" / 신새롬 기자]
사실 정부가 유아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꺼낸 건 '유보통합'입니다.
국정과제는 물론 교육부 업무보고에도 포함됐고, 입학 연령을 낮추는 논의의 실마리가 된 것도 유보통합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입니다.
<박순애 /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지난달 29일)>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하여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 개편을…"
'유보통합'은 만 0~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기능과 소관 부처별로 서비스가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구상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돼 왔는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박근혜 정부 시절, 각론을 논의하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그 후 학부모는 물론,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관계자 간 공감대가 커졌습니다.
<강지원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국가연구단장> "20년 동안 저희가 다양하게 접근을 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조금 더 통합에 대한 노력들이 조금 더 가시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합을 위해 무엇을 해야 될 건가에 대해서는 적어도 전문가와 학계의 의견 일치가 일정 수준 이뤄졌고요."
물론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사 자격 기준 및 처우 차이에서부터, 시설 기준과 대상 연령, 운영 시간 등에 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박창현 /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결국에 또 이번에도 유보통합이 (이전에 정부 때처럼) 각론만 논의되고 끝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이 있습니다.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고 그리고 나서 각론을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교육부와 복지부 중 주무 부처를 어디로 할지, 역할조정도 필수 과제입니다.
세계적 추세나 교육계 공감대는 교육부로의 통합인데, 그동안 복지부가 운영한 시간제 보육 등 포괄적 복지사업의 운영 주체도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박순애 /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지난달 29일)> "어떻게든 일원화를 하는 것이 어린이 입장에서 더 나은 교육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관리 주체가 누가 되든 유보통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급격한 인구감소로 폐원 위기에 처하게 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유보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고 말합니다.
돌봄 사각지대 없이, 취약지역도 유아 교육의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유보통합을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신새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자원도 없고, 지정학적 위기에 노출돼온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급성장한 국가로 꼽힌 데에는 교육의 힘이 컸습니다.
부모들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자녀들의 교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방식은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 사교육 공화국은 미래의 대안이 아닙니다.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육과 우리의 일자리, 주거 환경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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