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강풀씨 “사회적 모순 고발 웹툰 계속 그리겠다”

글 이고은·사진 우철훈 기자

‘당신의 모든 순간’ 3개월째 연재

만화가 강풀씨(36·본명 강도영·사진)의 작품에선 언제나 사람 냄새가 난다. <순정만화>로 대변되는 순정물이든, ‘미심썰(미스터리심리썰렁물)’로 분류되는 미스터리 장르든 마찬가지다. 아마 늘 독자와 대화하려 하고, 사회에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통해 세상과 ‘접속’하는 그의 소통법 때문인 듯하다. 트위터에 푹 빠져 있다는 강씨를 지난 18일 정동문예아카데미에서 ‘좌절’을 주제로 개설한 특강에 앞서 만났다.

만화가 강풀씨 “사회적 모순 고발 웹툰 계속 그리겠다”

“요즘 트위터에 중독됐어요. 하루에 30개씩 트윗글을 날려요. 새벽에 깨서 트위터를 하잖아요? 그 시간에 누가 깨 있을까 싶은데 정말 많이들 깨 있으시더라고요. 트위터는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는 약간 좀 다른 것 같아요. 사람들과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요.”

독자와의 소통은 웹툰 작가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씨는 작가로서의 ‘무게’는 탈탈 털어내고,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을 트위터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먼 지방에서부터 그의 강연을 보기 위해 달려온 독자들은 그런 ‘강풀식 소통’의 효과를 말해주는 듯하다.

현재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3개월째 연재 중인 <당신의 모든 순간>(이하 당모순)도 사람 사이의 소통을 말하고 있다. <당모순>은 세상사람 모두 좀비가 되는 세기말적 상황 속에서, 여전히 인간으로 남은 두 남녀의 이야기다. 강씨는 “좀비 장르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뜯어먹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면서 “세상이 이렇게까지 변해도 착한 사람은 착하게 살아가고 또 사랑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초반엔 ‘광우병’이나 ‘용산 사건’ 등 사회·정치적 사건들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씨는 정치적 해석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작품을 설명한다.

“만화 속 좀비는 우리사회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좀비는 죽여도 되는, 사람이 아닌 존재로 그려지잖아요. 하지만 가족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도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그런 시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보이지 않게 계급, 계층화하고 소외시키는 냉정한 현대사회. 강씨는 우리사회의 모순을 이렇게 은유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대신 강씨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오히려 의도를 명확히 담은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정치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주제”라며 “연재 중에는 작품을 위해 눈을 감고 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만화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좌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강씨는 자신이 만화가가 되기 전, 만화가가 되고 싶어 수백개의 잡지사에 문을 두드리고 외면당했던 좌절의 경험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만화가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하는 말에 지금도 매일 좌절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관객에게 “좌절할 만한 일이 있을 때 해결방법을 아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며 “방법을 알면서도 그 방법이 어려워서 외면하느라 고민에 빠지는데, 그럴 땐 정공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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