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이나영의, 이나영에 의한, 이나영을 위한 드라마"

입력 2004.08.31 12:10 수정 2004.08.31 12:10
네 멋대로 연기해라?

1일 첫 방영되는 MBC 새 미니시리즈 '아일랜드'의 헤로인 이나영.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와 두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나영의, 이나영에 의한, 이나영을 위한 드라마'라고 작가가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극중 이중아로 나오는 이나영의 비중이 크다. 인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처음부터 이나영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썼다. 이나영이라는 연기자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되는 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나영 입장에서는 영광스럽기에 앞서 부담스러울 법한 일. 그런데 인작가가 막상 이나영에게는 달랑 이렇게 말하고 말았단다. "부담주는 건 아니라면서 그냥 고생 좀 해봐 그러시더라구요."

그러나 내심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는 게 틀림없다. 최근 몇주간의 연기 투혼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깜짝 놀란다.

당장 몇년간 길러온 긴 머리를 아낌없이 싹둑 잘랐다. 극중 이중아가 강 국(현 빈)과 결혼한 후 심적인 안정을 되찾은 느낌을 단정한 머리로 상징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연출한 헤어스타일. "평소 해보고 싶었던 머리스타일 중 하나였는데 그동안 미뤄왔던 거라 겸사겸사 잘라봤어요."

촬영 초반 한강에서 투신하는 장면을 찍다가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해외 입앙아라 영어 대사도 꽤 있었다. 열심히 연습했으나 막상 편집에서 많이 잘렸다고. 어설픈 영어를 쓰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내부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영화 '영어완전정복'에서 영어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건 내 탓이니까!)

이중아는 정말 까다로운 역할.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됐다 양부모가 IRA에게 무참히 살해당하자 한국에 들어오고 이후 경호원 강 국과 결혼하지만 마음은 자신의 혈육일 지도 모르는 백수건달 이재복(김민준)에게 끌리게 된다. 남다른 환경으로 인해 거의 편집증적인 성격을 갖게 된데다 알코올 의존증, 폐소공포증, 건망증 등까지 덤으로 갖췄으니 정말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필요한 캐릭터인 셈.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양동근을 사랑하는 부잣집 딸로 나오고, 얼마전 영화 '아는 여자'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야구 선수를 10년간 스토커처럼 사랑하는 여자로 출연하는 등 '비정상적인' 역할만 해왔다.

"신데렐라 같은 정형화된 역할에는 별로 매력이 안 느껴져요. 또 그런 류의 시놉시스나 시나리오 자체가 제게 잘 오지도 않구요."

'아일랜드'에 나올 또한번의 '이나영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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