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8
HBR 한글판 최한나 편집장님의 짧은 글에는 매번 인상 깊은 표현이 등장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호 <내일을 만드는 오늘>에도 형광펜으로 밑줄 친 구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어떤 결과를 상정하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현실화하는 과정은 성공적인 기업들이 습관처럼 몸에 익혀 추구하는 비즈니스 방식입니다.
'실험을 통해'라는 표현은 저에게 '과학적 운영'이라는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다루는 경영> 편에서 인용한 드러커의 문장에서 '과학적'은 다른 의미입니다.
경영을 "과학적"인 것으로 또는 "직업"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그것이 아무리 진지한 것이라 해도 그것은 마침내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즉 기업 활동의 불가측성-기업의 위험, 기업의 영고성쇠, "소모적 경쟁", 그리고 "소비자의 비합리적 선택"-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도록 할 것이고, 그리고 그 과정에, 경제적 자유와 경제의 성장 능력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 혹은 불가측성을 배제하는 '과학의 방식'은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저는 '과학'이라는 같은 뜻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포용하며 <내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 편을 떠올립니다. 실험을 행하는 방식은 조심스럽게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태도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경영 활동을 행동 가능한 문제로 정의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결과가 뜻한 바와 달라도 '반직관을 수용하고 현실을 그대로 보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를 사실충실성(팩트풀니스)라고 구분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역시 과학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뒤이어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들> 중에서 모더나 CEO인 스테판 방셀의 글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 세우기>를 읽으면서, 앞서 말한 실험정신을 이 방법을 통해 실천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미래를 생각한 다음 '이 영화를 거꾸로' 감아보면 현재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계획은 개나 주자>를 모토로 살며 2016년부터 <혼란을 야기하는 귀찮은 일들을 다루는 경영>에 익숙해져서인지 요즘에야 비로소 Strategic Roadmap의 의미가 분명해 보입니다.
마침 이런 장치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모더나CEO의 노하우를 활용해보기로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함께 이 일을 할 동료나 파트너에게 X 년 후에 대한 내 상상을 말해주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 로드맵(Strategic Roadmap)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스테판 방셀은 팁을 주네요.
우리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비전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하고 모더나의 목표로 향하는 길에 머리와 가슴 모두 동조할 수 있게 시간을 충분히 줬다. <중략>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참여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탄탄한 액션 플랜을 세운다면 성취할 수 있다.
시간이라는 말의 행간에는 다른 권한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취인정이 머리를 스쳐 가기도 합니다.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 세우기의 실효는 아래 문장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모델이나 가정에 의존하지 않고 이 목표들을 실현하려면 언제, 어떤 일을 해내야 하는지 역순으로 파악했고, 각 단계 목표 달성에 필요한 로보틱스 플랫폼을 디자인했다.
최근 저와 파트너들은 우리가 진행하는 중국향 역직구 서비스가 기존의 통념과 가정이 통하지 않더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드디어 '신사업 구간'에 도달했다는 인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통했다면 신사업이 아니죠.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만으로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배우는 계기였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과거의 모델을 무시하는 일이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제프 베조스의 '과거와 작별을 고하는 단절의 시대 Age of discontinuity'란 표현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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