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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20. 2022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 용기

애자일을 습관으로 11

오랜만에 쓰는 ‘애자일을 습관으로’ 연재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XP의 다섯 가지 가치 중에 하나이자 네 번째인 용기입니다.


실패를 배움의 계단으로 삼기

어느 새부터 인지 팀의 리더로 살면서부터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XP가 다룹니다.

이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그들이 팀의 일원으로 효율적으로 기능하는지 가르는 기준이 된다

중국에서 일할 때(2019년) 중국 동료들을 독려하는 과정을 썼던 글에서 인용한 아래 이미지는 제가 굉장히 공감하는 그림입니다.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동료들에게 실패는 실현을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생각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저는 새로운 일을 할 때 맞닥뜨리는 두려움을 생각하면 타이슨의 명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아마도 자주 연상했기 때문이겠죠? 타이슨과 같은 두려운 상대와 시합이라고 생각해보죠. 두려움의 크기가 그렇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때 분명한 사실은 한 대도 맞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맞아 보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타이슨과 겨루기 전에 타이슨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맞는 것이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도달합니다. 물론, 맞아야 한다는 비용은 치러야 하죠. 그러나 실패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기에 이를 겪으면 걱정했던 것보다 충격이 크지 않습니다. 더러는 ‘맞을 만하네’ 하며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실패를 먼저 정의하는 TDD

이런 장면들에서 저는 과거에 배운 Test-Driven Development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Kent Beck의 TDD 책을 읽고 처음 테스트 코드를 짤 때 제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런 식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돌아가는 코드도 아직 안 짰는데 왜 테스트 코드를 먼저 짜고 실패(Fail)를 확인하는 뻔한 일을 확인해야 하지?


아니, 굳이 스스로 자신감을 깎아 먹을 필요가 있나? 당장 이해가 가지 않았어도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해가며 받아들였던 기억이 나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가물가물합니다. 글을 쓰며 구글링을 해보니 아래 문장에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지루해질 때까지 테스트 코드를 써보는 것입니다.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내가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하는지 말이죠. 잘 써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쓰기 시작하면 두려움은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걱정과 의심을 할 뻔했던 두뇌가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표현하는 일에 쓰이게 되니 걱정할 여력이 없어집니다. 더불어 해야 할 일은 점점 분명해집니다.


이에 동의하신다면 다음의 조언도 받아들일 만합니다. 두려움에 찬 상태로 머릿속으로 의심하지 말고, 단호하고 정확한 컴퓨터의 피드백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그게 훨씬 경제적인 일이고, 몸(손가락)을 쓰면 몰입감이 늘어 두려움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잘 다스릴 수만 있다면) 우리의 건강을 살피기 위한 매우 유익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용기의 구현

XP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용기가 인내로 나타나기도 한다

용기가 인내로 나타났다는 말에 대응하는 제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던 시점에 저는 베터코드에서 제가 모르는 영역을 다루는 사업을 책임지는 결정을 했습니다. 굉장히 막연한 상태에서 제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사실 그다음에 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조급함을 다스리고 기다리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0년 당시에는 분명 용기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확신이 없고 불안한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돈료들을 믿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용기가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정도 그렇게 살아오던 저에게 <하드씽>의 4장 ‘CEO의 숙명, 악전고투’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 역설적으로 큰 위로가 됩니다.

당신 회사의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을 때 누가 신경 쓰는가?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언론에서도 신경 안 쓰고, 투자자들도 신경 안 쓰고, 이사회에서도 신경 안 쓰고 직원들도 신경 안 쓰고, 심지어 당신의 어머니도 신경 안 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중략> 당신의 불행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쓸 정신적 에너지가 있다면, 그 모두를 현재의 곤경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데 쏟아부어라.

그리고 용기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즐겁든 아니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의사소통과 신뢰를 자라게 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머니가 저에게 심어주신 습관입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했던 청소년 시절에 아마도 흔들리는 눈빛으로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했을 저에게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믿는다. 스스로 잘하고 다녀.' 물론, 그 후로도 수년간 더 거짓말을 습관처럼 했지만, 스무 살이 지난 후에는 점차 어떤 상황도 거짓말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맡서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는 기억을 찾아냅니다. :)


용기란 무엇인가?

마무리로 각자 답을 찾아야 하는 본질적인 질문과 함께 지난해에 회사 동료 영모님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내용이 마음에 들어 공유합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낭비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또 다른 격언도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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