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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코치 Jul 05. 2021

How am I Driving?

“이번 승진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승진한 팀장이나 임원 등 신임 리더를 코칭하는 첫날 던지는 질문이다.


‘부장을 오래 했더니 그만 두기 전에 임원 한 번 해 보라고 시켜 준 거 같네요’ 또는 ‘동기 중에 실적이 좋아서 된 거 같습니다’ 같은 대답을 들었다. 즉, 승진의 의미는 오래 근무했거나 높은 성과를 올린데 대한 보상이라고 승진자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대리에서 과장이 되고, 과장에서 차장이 되는 승진, 즉 ‘승격’은 보상의 의미가 크다. 승격이 되면 급여도 인상되고 직함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정 기간 근무했거나 해당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승격의 요건이다.


리더, 즉 장(長)으로 승진하는 것의 의미도 보상일까? 차장 승진의 의미와 팀장 승진의 의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리더 승진에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임명자는 신임 리더가 실무 능력과 함께 조직을 이끌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로렌스 피터 (Laurence J. Peter)는 ‘피터의 법칙’ (The Peter Principle)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자리까지 승진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자리는 무능한 구성원에 의해 채워지게 된다. 업무는 무능력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


‘팀장 때는 잘 했는데 임원이 되더니 사람이 이상해졌다’거나 ‘본부장일 때는 회사를 짊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장감은 아니었던 거 같다’는 뒷담화가 귀에 설지 않을 것이다. 바로 ‘피터의 법칙’이 발현된 모습이다.


실무 능력이 있고 리더로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승진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피터의 법칙이 발현되는 것은 실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실무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더로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았더니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위원회에서 신임 리더에게 조직을 맡기는 안을 토의할 때 ‘시키면 다 한다’와 ‘준비가 된 사람을 시켜야 한다’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국 ‘시키면 다 하게 되어 있다’로 수렴된다. 조직을 맡을 준비가 된 후보라고 생각하고 토의하다 보면 리더로서 아쉬웠던 점이 보인다. 설왕설래하다가 ‘에이, 시키면 김 차장 잘 하 거야’ 하고 마무리된다. 그만큼 리더의 검증은 어렵다. 아무리 잘 할 거 같아도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뽑을 때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잘 할 거 같아서 뽑았는데도 실망해 보지 않았는가.


미국 고속도로에서 뒷면에 ‘How am I Driving?’(내가 운전을 잘 하고 있습니까) 하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나 웹사이트 주소가 쓰인 차량을 만난다. 대개 트럭이다. 운전을 험하게 하면 신고해 달라는 의미이다. 이 문구를 부착한 차량의 사고율은 평균 보다 22%가 낮고 사고관련 비용은 52%가 적다고 한다.


리더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그 일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기대일 뿐이지 확신이 아니다. ‘피터의 원칙’에 의하면 모든 리더는 무능자 후보군이다. 리더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내가 제대로 장(長) 노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의심해 보아야 한다.


‘내가 제대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가?’(How am I Leading?)이라고 부하들에게 꾸준히 물어 보라. 부하들의 신고로 난폭운전이나 과실을 줄이면 ‘피터의 법칙’을 거스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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